국민연금

효자 노릇하는 기초연금

근로복지공단 보험가입부 | 2017-12-13 00:00
               

(2016년도 수급자 생활수기 당선작입니다.)

서른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외둥이 딸 하나를 두고, 결혼과 동시에 92세(현재)의 친정 엄마를 십오 년 동안 모시고 살았다. 사람들은 친정엄마를 모시고 산다고 하면 외동딸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나의 형제자매는 2남 5녀이다. 엄마가 나와 살게 된 것은 다섯째인 내가 마음이 제일 편안하다는 어르신의 소망과 남편의 배려 때문이다. 15년 동안 모시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워낙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인드 훈련이 잘된 성격인지라 남들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일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가능하면 어르신의 오래된 습관으로 굳어진 생각이나 행동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기에 모녀지간에 큰 트러블이 없었다.



특별하게 잘해드리며 효도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생활비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 없다. 늘 마음 편하게 해드리려고 살폈으며 우리가 먹는 음식을 한 식탁에서 즐겁게 먹었고, 외식이나 여행 등, 나들이를 할 때는 동행 했다. 하물며 명절에도 엄마를 모시고 시댁에 갔다. 시어머니가 그 문제에 대해 내 형제들을 탓할 때도 저를 낳아준 어미를 모시기 싫다고 길에다 버리는 며느리보다는 당당하게 모시고 시댁에 오는 며느리가 더 멋지지 않느냐며 없는 애교까지 더했었다. 다만 내내 힘들었던 것은 다른 자식들의 어머니에 대한 무관심과 그 상황으로부터 내 마음을 상처받지 않게 다스리는 일이었다. 일 년에 네 번 밖에 없는 기념일(설, 추석, 생일, 어버이날)이 되어도 안부를 묻는 자식이 없었으며, 명절 동안 내가 모실 터이니 시댁에 가서 명절 편히 세고 오라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자식들이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다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으리라. 그것이 이유가 아니니 다른 자식들의 엄마에 대한 무관심이 너무나 속상했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모시면서 장모의 자식들에게 서운한 내색 한번 하지 않는 남편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령사회 도래가 목전에 임박한 사회적인 구조를 생각할 때 나의 가정사가 웃고 넘길 만한 에피소드는 아니라고 생각되어 답답한 마음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의 일성을 세상에 고하는 것이다.

92세의 엄마, 이제는 거동도 불편하시고 치매도 심하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일은 그토록 좋아하시던 외손녀와 사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옛날 말에 “긴 병에 효자 없 다”고 했던가? 내가 그 상황에 놓이지 않을 때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말이다. 와상 상태인 엄마를 모시다보니 이제는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피부에 와닿는 고마움은 엄마가 받는 20여 만 원의 기초연금이다. 어르신이 건강할 때는 국가가 어르신들을 위한 당연한 복지정 책이려니 생각도 했다. 그러나 노화를 통해 발생하는 비용이 젊은 시절보다 더 늘어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초연금 같은 어르신정책은 고령사회의 안전망으로는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든다.

와상 상태인 엄마를 모시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다보니 요즘 들어 그 고마움이 뼈에 사무칠 정도다. 엄마 기저귀도 사고 유용한 의료용 침대 대여비도 매달 조달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남편에게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가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1년 전부터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보고자 요양사자격증을 취득하여 가족재가서비스로 1년 조금 넘게 모셨으나 와상 상태다보니 가족이 모두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설에 모시는 문제를 놓고 심사숙고했다. 시설에서 엄마를 푸대접할까 하는 염려와 비용문제가 부담이 되었지만 너무나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내린 결론은 노인복지 시설에 의탁하고 일 주일에 한 번씩 찾아뵙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엄마는 노인성질환으로 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장기요양 3등급판정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발생비용에서 20%는 본인부담이지만 본인부담금을 국민연금공단에서 지원하는 기초연금에다 조금만 더 보태면 엄마를 좋은 노인 복지시설에 모실 수 있으니 내 입장에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내일은 엄마를 정기적으로 찾아뵙는 일요일이다. 일기예보에 앞으로 일주일간 겨울처럼 추워질 것이라고 한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우리엄마, 따뜻한 내복 챙겨서 엄마 보러 가야겠다. 그리고 엄마 좋아하는 진도아리랑 흥겹게 불러 드려야지!


[2017-07-14]


출처:국민연금 뉴스-따뜻한 세상 ( ☞ http://bitly.kr/By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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