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아내의 마지막 의무

근로복지공단 보험가입부 | 2017-12-13 00:00
               

(아래 사연은 2016년도 수급자 생활수기 당선작입니다.)


남편이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었다.


다음 직장은 쉽게 구해지지 않았고, 퇴직금은 금방 바닥이 났다. 마음이 급해진 것은 나였다. 축 늘어져 들어오는 남편을 바라만 볼 수는 없었다. 학교 앞에서 살림을 같이 할 수 있는 작은 분식집을 얻어 장사를 했다. 큰 애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째는 업고 할 때도 있었고, 남편이 돌볼 때도 있었다.



분식집은 다행히 잘 되었고, 남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남편이 일을 시작하고, 나는 분식집을 그만 두었다.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았다. 마침 믿을만한 사람이 동업을 해보자고 해서 욕심을 부렸다. 아파트를 담보로 사업을 했다. 옛 말에 집을 잡혀서 사업하면 망한다더니 그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욕심을 낸 잘못된 선택으로 갑자기 가족이 다 고생을 해야 했다. 대학 입학을 한 첫째의 등록금을 대출로 마련했다. 첫째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도 출강을 여기저기 다녔지만, 결국 아파트를 팔고도 빚을 다 갚지 못한 채 연립주택 월세 지하방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한다는 말을 생각하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낸 시절이다. 숨이 차도록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이일 저 일을 했다. 어느새 내가 가장 아닌 가장이 되어 있었다.



정작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할 남편은 그때부터 겉도는 생활을 하더니 지금도 그런다. 가족이 같은 공간, 같은 때를 보내온 힘겨운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남편이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의무가 한 가지가 있었다. 적은 금액이라도 남편의 국민연금을 넣는 일이었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께서 국민연금이 시작되던 초기에 훗날 받지 못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을 해약하셨었다.


그 일로 아버지는 물론, 가족들은 내내 후회하였다. 돈이 없어도 국민연금은 매달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우선으로 했다. 남편의 국민연금이 내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납부되도록 했다. 돈이 부족해 연체될 때도 있었고, 한 달 치가 다 못 나갈 때도 있었다.


한동안 국민연금을 넣었는데, 얼마만큼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돈마저 넣는 것이 힘겨워서 남편에게 기간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알아보라고 해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 수입이 없으면 국민연금을 당겨서 탈 수도 있다던데 좀 알아보라고 해도 통하지 않았다. 보험료는 내 통장에서 나가는데 공단에서는 본인이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어느 날, 남편이 마지못해 알아 온 결과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국민연금을 12년 가까이 넣었고, 수입이 없기 때문에 작년부터 탈 수 있었다고 했다. 남편은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었다.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남편이 매달 연금을 수령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남편 용돈까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내 국민연금을 제때에 낼 수 있게 되었다.


힘들게 생활하면서도 남편의 국민연금을 넣었던 것은 백수 아닌 백수가 된 남편에 대한 아내의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국민연금을 받으니 기초 생활에 대하여 마음이 놓이고, 다른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어 마음이 편하다. 국민연금이 효자라는 말들을 하던데 나도 그 말을 실감하며, 내 노후에 효자가 될 국민연금 납부를 잘 챙긴다.



[2017-05-04]


출처:국민연금 뉴스-따뜻한 세상 ( ☞ http://bitly.kr/V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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