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5일은 보너스받는 날

근로복지공단 보험가입부 | 2017-12-13 00:00
               

(2016년도 수급자 생활수기 당선작입니다.)


우리는 매월 보너스를 받는다. 아니 평생 보너스를 받는다. 1988년 올림픽 때 일이다. 남편이 다짜고짜 통보했다. “우리회사도 국민연금을 실시해서 월급에서 공제한데.” 학원비며 대출이며 나갈 곳이 많은데... “은행의 대출금은 어떻게 하고...? 얼마 공제하는데?” 남편의 묵묵부답. 덜컥 겁이 났다.


남편은 88올림픽 때부터 월급에서 국민연금을 공제했는데, 그때는 당장 돈이 빠져나가니 노후보다는 지출항목이 더 늘어난다는 생각이 앞섰다. 두 아이 학원비에 올인하다 보니, 저축은 커녕 늘 생활이 쪼들렸고 연금이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은, 그 먼 훗날이 현실이 되어 매월 25일 국민연금에서 주는 보너스를 꼬박꼬박 받고 있다. 퇴직 후의 고정 수입이라 정말 보너스 같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명절 때 손자들에게 용돈을 챙겨주는,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미운 오리 새끼였던 국민연금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줄이야!


젊었을 때 남편이 컴퓨터부품 회사에서 근무 하던 중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부도가 났다. 큰 애가 고1, 작은 애가 중 1때라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였다 교육비도 많이 드는 때에 안 좋은 상황을 맞이했다. 설상가상으로 퇴직금 지급도 불투명해 국민연금을 낼 수가 없었다. 내 생애 제일 힘들었던 시간은 그 때가 아니었나싶다. 막막하기만 했다. 동료 중에 그동안 부어왔던 국민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쓰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는 참았다. 남편이 백방 취업전선에 뛰어든 결과, 성실함이 통했는지, 거래처로부터 근무제의를 받았다. 이전 회사의 하청업체여서 직급이나 대우는 낮았지만 다시 소득생활을 할 수 있었고, 그 자체가 기쁨이었다. 국민연금도 그대로 이어서 붓고 결국 정년을 채워 퇴직했다.





퇴직 후 그동안 애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모아놓은 돈도 없었는데, 국민연금이 큰 힘이 되었다. 연금이 저축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건강하게 오래 살면 납부한 금액보다 많이 준다. 납부할 때는 그렇게 부담스러웠는데 노후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하도 국민연금 예찬론자다보니 우리 애들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다. 목돈이 한꺼번에 나오면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등 일을 벌여 날려버릴 수도 있는데 국민연금의 매력은 매달 꼬박꼬박 일정한 금액이 제 날짜에 나온다는 점이다. 든든하면서도 의지가 된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조카들한테 국민연금 꼭 들라고 얘기하니 홍보대사냐고 놀리곤 한다.

국민연금이 없었다면 실직했을 때와 다를 바가 없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손자들 용돈도 못주는 무능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뻔했다. 요즘 백세인생이라지만 나는 환갑이 훨씬 넘은, 꽃으로 비유하면 시들어가는 꽃이다. 그렇지만 아무 걱정이 없다. 나에게는 효자중의 효자 국민연금이 있으니까. 참, 이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그 어려웠던 시기에 남들은 부어왔던 연금을 깨뜨렸는데도, 우린 꾹 참고 기다렸다가 다시 납부하게 되어 이런 기쁨을 안게 된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때 우리가족 모두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물에서 건져주고 희망을 가져다 준 국민연금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난 인내심이 많은 편은 아닌데, 찾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어떻게 버텼는지 그저 신기할 뿐이고 너무 잘한 것 같다. 그리고 막 자랑하고 싶다. 국민연금, 참 좋은 거라고.


[2017-03-03]


출처:국민연금 뉴스-따뜻한 세상 ( ☞ http://bitly.kr/7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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